꿈속에서 들은 질문 — "다음 생에는 어떻게 살래?"
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오고가는 중에 잠시 다시 잠이 들었다가, 아주 짧은 순간에묘하고 강렬한 꿈을 하나 꾸고 일어났습니다. . 꿈속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두 단어를 쥐여주었습니다. '산자(散子)' 그리고 '추멍(醜妄)'.
그리고 이어서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낮고 명확한 질문 하나가 귓가를 울렸습니다. "다음 생에는 어떻게 살래?"
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그 두 단어와 질문의 울림이 잊히지 않아 바로 재미나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. 묵직한 가슴을 안고 그 단어들이 가진 의미와 내 삶의 궤적을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.
나를 찌른 두 단어, 그리고 그 깊은 상처의 뿌리
'산자(散子)'는 글자 그대로 흩어지는 기운, 내 안의 에너지가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밖으로 퍼져나가는 형상을 뜻합니다. 그리고 '추멍(추망)'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마음의 정적을 잃어버린 혼돈과 어두움의 상태를 의미합니다.
처음에는 그저 낯선 한자어 같았지만, 가만히 내 삶을 비추어보니 이 두 단어는 다름 아닌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행태와 내면 깊은 곳의 아픔을 그대로 짚어낸 비유였습니다.
내 삶에서 가장 깊은 혼란과 소모의 뿌리를 들여다보니, 그곳에는 '친정아빠'가 있었습니다. 내 모든 에너지를 바닥까지 다 소진시키며 몸과 마음을 까맣게 타들어 가게 했던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. 나는 다 지나간 과거라 믿고 싶었지만, 사실은 아직도 그 참담했던 상처와 억울함, 무거운 짐 속에서 온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.
그 깊은 상처 이후, 나의 삶은 끊임없이 밖으로 흩뿌려지는 '산자'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. 내 안의 소중한 생명력을 나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, 바깥으로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. 길 위의 불쌍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며 그 아이들의 생사와 처지에 내 마음을 온통 내어주고 안절부절못했던 것도, 결국 내 안에 남아있는 아픔과 결핍을 밖으로 쏟아내며 소모하던 하나의 방식이었습니다.
그렇게 내면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낼 때마다, 그 빈자리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깊은 혼란, 즉 '추멍'의 상태가 찾아왔습니다. 집에서는 정작 남편이 나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맡아주고 배려해 주는데도, 그 사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"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?", "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"라며 스스로를 죄책감의 감옥에 가두었습니다. 마음은 과거의 아픔과 바깥의 짐들로 한없이 흩어지고, 내면은 죄책감과 어두움으로 지쳐가는 삶. 꿈은 내 삶을 조종하고 있던 그 깊은 자화상을 정곡으로 찌르고 있었던 것입니다.
"다음 생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"에 대한 진짜 답
누군가 나에게 산자와 추멍이라는 과제를 보여주고 "다음 생에는 뭐 할래?"라고 물었던 것은, 결국 나를 향한 통렬한 자각의 메시지였습니다.
"언제까지 그 과거의 고통에 갇혀 너의 기운을 밖으로 흩뿌리고, 미안함과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살 것인가?"
꿈이 던진 '다음 생'이라는 질문은 먼 미래의 죽음 이후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. 그것은 바로 '지금 이 순간부터 펼쳐질 내 삶의 다음 2막'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.
진정한 '나만을 위한 삶'이란 길고양이를 외면하거나 가족을 모른 척하는 이기주의가 아닙니다. 과거의 고통스러운 인연과 바깥으로 한없이 퍼져나가던 마음의 안테나를 이제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는 것입니다.
- 과거 친정아빠와 관련된 그 무거운 시간들 속에서 "나는 할 만큼 다 했고, 그 고통의 짐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된다"라고 내 영혼을 놓아주는 것.
- 고양이에게 밥을 주되, 그 아이들의 운명까지 내가 다 짊어지려 하지 않고 "내가 할 수 있는 선의를 다했으니 내 소임은 끝났다"라고 마음을 담담하게 거두는 것.
- 남편이 집안일을 나누어 해줄 때 미안해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, "나를 이해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 있어 참 고맙다"며 그 사랑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.
- 흩어진 기운을 모아 오롯이 내 호흡을 돌보고, 내 내면의 평화와 정적을 채우는 것.
글을 읽는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
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? 혹시 당신도 누군가를 위해, 혹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내 안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끝없이 흩뿌리며(산자) 지쳐가고 있지는 않나요? 타인의 시선이나 죄책감이라는 어두운 안개(추멍)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.
꿈에서 깨어난 오늘, 나는 내 마음속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내려봅니다.
"다음 생을 기다릴 것 없이, 이번 생에서 흩어졌던 나의 마음과 피 흘리던 상처들을 따뜻하게 거두어들여 나 자신을 온전히 안아주겠습니다."
그동안 과거의 굴레 속에서, 그리고 세상과 타인을 향해 퍼뜨려온 정성과 눈물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할 만큼 다 했습니다. 이제는 밖으로 새어 나가던 기운을 단호하게 단속하고, 과거의 아픔과 죄책감이라는 어두운 안개를 털어내야 할 때입니다.
나에게 주어진 삶의 주도권을 다시 쥐고, 내 내면의 맑은 정적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두는 삶. 남에게 흩뿌리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다독이며 내 삶의 따뜻하고 널따란 노을을 완성해 나가는 삶.
꿈속에서 들었던 질문은 나를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, 이제는 과거의 사슬을 끊어내고 참된 나 자신으로 살아갈 때가 되었다고 알려주는 가장 다정한 선언이었습니다. 오늘, 당신의 마음속에도 이 다정한 선언이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.